[단독] KT의 수상한 페이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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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의 수상한 페이퍼컴퍼니

기사승인 2016.10.31  06:02:57

– 800억 들고 아무 일 안 하는 ‘유령회사’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KT가 유럽 벨기에 현지에 아무런 사업 활동도 없는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3년 넘게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들은 8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돈을 보유하고 있고 이사진에 KT 전·현직 임원들이 즐비하지만, 지금까지 올린 수익은 하나도 없는 ‘유령회사’들이었다. 벨기에는 엄격한 ‘금융 비밀주의’로 인해 기업들이 숨기고 싶은 자금 창구로 종종 활용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존재 이유 모를 해외 자회사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T는 벨기에에 ‘KT벨기에’(Belgium)와 ‘KT ORS벨기에’ 등 두 곳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KT벨기에와 KT ORS 벨기에의 올해 상반기 말(6월 30일) 기준 자산규모는 각각 766억원, 20억원으로 총 786억원이었다. 이는 두 회사가 생길 당시인 2013년 말(381억원) 보다 106.3%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두 회사는 800억원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동안 수익은 ‘0원’이었다. 사실상 두 회사가 아무런 사업 활동도 하지 않고 있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KT는 벨기에의 ‘유령 자회사’들에 이같은 자금을 방치해두고 놀리고 있는 셈이다. 이익 활동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기업의 행태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다. 실제로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가 지난 4년 동안 올린 매출은 전혀 없었다.

KT는 두 회사가 아프리카 르완다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지주회사’ 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T는 르완다 현지에 ‘올레 르완다 네트워크’(olleh Rwanda Networks Ltd.)라는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의 재무 상태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이같은 주장을 믿기 힘든 구석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올레 르완다 네트워크는 현지에서 사업을 벌인 흔적이 꾸준히 드러나지만, 그 동안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의 재정에 나타난 변화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벨기에 현지 자회사 2개…자산만 786억원
사업 활동 ‘全無’…3년 넘도록 매출 ‘제로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가 등장한 2013년 당시 함께 KT의 자회사가 된 올레 르완다 네트워크는 해마다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같은 경우 통상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타국 땅에서 사업을 시작하며 자리를 잡기위한 제반 비용이나 투자금 등을 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쁜 성적이기는 하지만, 무언가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한 셈이다.

올레 르완다 네트워크 연도별 당기순손실 추이는 ▲2013년 9억원 ▲2014년 190억원 ▲2015년 287억원 ▲2016년 상반기 17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하면 KT벨기에의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연간 당기순손실 규모는 1000만~1억원 대 사이로, 7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기업의 실적이라고는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였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정도만 나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만약 추측처럼 이 업체가 구체적인 영업활동이 없더라도, 직원이라도 몇 명 있다면 급여 명목으로라도 일정 손실이 발생해야 한다. 액수도 미미한데다 그 액수도 들쭉날쭉하다는 점 역시 이 업체의 사무실이 사실상 비어있는 허울뿐인 ‘서류 상 사업체’에 불과함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KT벨기에 당기순손실 추이는 ▲2013년 1100만원 ▲2014년 1억9000만원 ▲2015년 1억2700만원 ▲2016년 상반기 100만원 등이었다.

기업 활동을 벌이면 발생하기 마련인 빚도 한 개인의 채무 수준도 안 되는 미미한 액수였다. 제대로 된 사업이 없음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다. KT벨기에의 부채는 ▲2014년 말 1400만원 ▲2015년 말 400만원 ▲2016년 상반기 말 1200만원이었다.

KT ORS벨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KT ORS벨기에의 당기순손실은 ▲2014년 8200만원 ▲2015년 7500만원 ▲2016년 상반기 13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연봉 수준의 지출뿐이었다. 부채 역시 ▲2014년 말 600만원 ▲2015년 말 2000만원 ▲2016년 상반기 말 1500만원에 그쳤다.

◆임원들 다수 동원

더욱이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의 등장에는 KT 고위 임원들이 적극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인사들은 주로 해외 사업이나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주로 맡아 왔던 직원들이었다. 두 페이퍼 컴퍼니가 KT 본사 차원에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조직임을 짐작케 한다.

2013年 등장…본사 고위임원들 다수 개입
‘종이 회사’ 사실상 시인…“나쁜 것 아냐”

두 회사의 벨기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KT벨기에, KT ORS벨기에의 이사진으로 신원이 확인되는 인물은 4명 정도다. 문정용 KT 상무와 류길현 KT 상무, 이운용 KT 팀장 등과, 마찬가지로 현직 KT 직원으로 보이는 임동영 씨 등이다. 이들 중 류 상무가 벨기에 현지 두 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문정용 상무는 한국과학기술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엘리트다. KT 비서실 2담당 마스터 PM과 KT 전략기획실 출자경영 1담당을 거쳐 현재 기업문화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벨기에 현지 회사 이사진 4명 중 유일하게 KT 미등기 임원으로 공식 등록돼 있는 상태다.

이운용 KT 팀장은 과거 KT 합병 전인 2001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8년 4개월 동안 KTF에서 근무했다. 당시 해외자회사관리와 해외투자, 해외 영업, 글로벌 전략 수립 등 다양한 글로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해외통이다. 이후 슈퍼 아이맥스라는 회사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올랐다. 2013년부터는 다시 KT에 들어가 해외투자와 주주 간 이슈 해결, 국내외 전략투자 분야를 맡아 지금은 KT벨기에 관리인으로 등재돼 있다.

두 회사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루이스가 331-333번지에 입주해 있다. KT 자회사 편입일은 KT벨기에가 2013년 9월 26일, KT ORS벨기에가 같은해 11월 14일로 둘 다 이석채 전 KT 회장 임기 말이었다.

현재 벨기에는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 모나코와 더불어 엄격한 금융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금융 비밀주의는 은행이 조세 사기범을 제외한 고객의 신분과 비밀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원칙으로 계좌에 대한 정보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세금 탈루 경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이에 KT 측은 해당 벨기에 자회사들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임을 시인했다.

KT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르완다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던 역사가 있는 벨기에에 법인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건엄 기자 lku@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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